정수기·에어컨·공기청정기를 넘어 TV·세탁기·무선청소기는 물론 신발도 빌려 쓰는 세상이 왔다.
젊은 세대의 결혼 기피로 국내 1인 가구가 전체 30%(2018년)에 육박하면서 소유에서 공유로의 소비 트랜드 전환이 뚜렷해지고 있다. 밀레니얼(22~37세)과 Z(18~21세) 세대가 소비 시장의 주류로 부상하면서 경험을 중시하는 소비계층이 급속도로 증가한다.
지난달 28일 패션 렌탈 전문업체 르 토트(Le Tote)는 미국 백화점 체인 로드앤테일러 인수가 보도돼 화제가 됐다. 7년 된 스타트업이 북미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의 대형 백화점 체인을 인수한 것. 로드앤테일러는 캐나다 대형 리테일그룹 헛슨스베이가 소유한 소매점 체인이다. '새우가 고래를 삼켰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르 토트는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으로 여성 의류와 엑서세리를 빌려주는 렌탈전문기업이다. 빅데이터 기반 최신 유행하는 패션스타일링을 추천, 여성들에게 인기가 높다. 2012년 창업해 고객 증가율이 70%에 달할 정도로 고속성장 중이다.
유통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헛슨스베이는 이번 매각으로 9,950만 달러를 확보해 자금에 숨통이 트이게 됐다. 캐나다에서 일년내내 대규모 할인으로 버티고 있는 더베이 백화점이 렌탈을 시작할 날도 멀지 않았다.
한국에선 종합 렌탈 비교업체가 등장했다. 2016년 창업한 미스터렌탈은 품목을 계속 늘려 지금은 4,642개 제품(2019년 8월 기준)을 대여하는 최대업체로 거듭났다.
렌탈이 안되는 걸 찾는게 빠를 정도로 못 빌리는게 없다. 일반적인 렌탈은 한 회사 제품만 대여되는 단일렌탈샵 개념이지만 미스터렌탈은 모든 브랜드 제품을 빌릴 수 있는 종합 렌탈업체다. 2018년 대한민국 소비자 대상에서 소비자 브랜드 부문 1위를 차지했다.
미국도 렌탈 바람이 한창이다.
나이키가 지난달부터 렌탈 개념의 ‘나이키 어드벤처 클럽’ 서비스를 시작했다. 월 20달러를 내면 1년간 운동화 4켤레를 제공한다. 납부 액수가 많으면 대여 운동화도 늘어난다.
버거킹은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월 5달러를 결재하면 하루 커피 한 잔을 매장에서 먹을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렌탈과 유사한 개념의 구독 경제도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미국의 고급 백화점과 캐주얼 브랜드도 ‘렌탈 사업’에 뛰어들었다. 고객이 원하는 의류 제품을 집 앞까지 배달해주고 세탁부터 새 아이템 배송 등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마트 렌탈’ 사업이 유행이다.
캐주얼 패션 브랜드 ‘갭(Gap)’은 렌탈 사업으로 경영 돌파구를 찾고 있다. 9월부터 월 85달러(미화)로 최대 3벌의 옷을 배송받을 수 있다. 무료 세탁 서비스도 제공한다. 온라인 유통 공룡 아마존도 개인 취향에 따라 인공지능 스타일리스트가 선정한 아이템을 배달·착용·반품까지 하는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2009년 의류 렌탈 서비스를 최초로 선보인 ‘렌트 더 런웨이’는 성장을 거듭해 2018년 매출 10억 달러를 달성했다. 미국 내 의류 렌탈 서비스는 2023년 약 25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가구 업체의 렌탈 서비스도 구체화되고 있다. 세계적인 가구제조업체 아이키아(IKEA)가 지난 2월 렌탈사업을 발표한데 이어 코트(Cort)·퍼니쉬(Fernish) 등 렌탈 전문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