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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호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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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영호] '다뉴브의 진주' 헝가리 부다페스트 (하)

손영호 by  조회 수:229 2019.04.04 15:45


'다뉴브의 진주' 헝가리 부다페스트 (하)

 

    손 영 호 (칼럼니스트·토론토)

 

  페스트쪽에는 그레슈함 궁, 국회의사당, 성 이슈트반 대성당(St. Istvan Basilica), 그리고 영웅광장(Heroes' Square) 등이 볼거리다. 영웅광장은 그 규모가 엄청나다. 1896년에 건국 천년을 기념하여 만들기 시작하여 33년 뒤인 1929년에 완성되었다고 한다. 광장 한 복판엔 높이 36m의 천사상이 있고, 그 밑에 마쟈르 부족의 연합 수장이었던 아르파드와 6인의 부족장의 기마상이 있다. 광장 주변에는 이슈트반 1세부터 독립운동가 코수트 라요슈(Kossuth Lajos, 1802~1894)까지의 14인의 헝가리 영웅 동상이 각기 다른 포즈와 모습으로 자리잡고 있다. 영웅 광장의 좌우에 국립박물관과 현대미술관이 있다.

http://upload.wikimedia.org/wikipedia/commons/0/06/The_Millennium_Monument_in_Heroes%27_Square%2C_Budapest%2C_Hungary.jpg▲ 헝가리 부다페스트 영웅광장(Heroes' Square) - 광장 한가운데 높이 36m의 천사상이 있고, 그 바로 밑에 마쟈르 부족 기마상이 보이고, 좌우로 14인의 헝가리 영웅동상이 서 있다. <빌려온 사진>

  영웅광장을 벗어나면 자연스레 시민공원(City Park)에 이른다. 공원 중앙에 음산한 분위기의 성이 하나 들어앉아 있는데, 그 안뜰에 '익명(Anonymous)'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청동 조각상 하나가 있다. 얼굴이 잘 보이지 않는 저승사자가 펜을 들고 죄명을 기록하고 있는 듯한 포즈가 더 더욱 섬뜩한 분위기를 만드는 것 같다.

  이 성은 건국 1000년제 때 드라큘라 전설의 배경인 루마니아의 바이다후냐드 성(Vajdahunyad Castle)을 본떠 만든 것이라는데 지금은 농업박물관으로 쓰고 있다. 성 안에는 작은 성당, 바로크 양식의 궁전 등이 있어 변화가 풍부하다.

905689-c91712c217e12a9b헝가리 부다페스트 시민공원 안 농업박물관 앞에 있는 '익명'(Anonymous) 이란 청동조각상.

  부다페스트의 체인교와 엘리자베스교 사이의 페스트 지구에 위치한 바치 거리(Vaci Utca)는 부다페스트의 명동이라고 할 수 있는 화려함을 지닌 번화가다. 쇼윈도에 진열돼 있는 상품들의 장식 기교는 바로 예술작품이다. 그 밖에 180년 된 콘서트 홀인 비가도(Vigado)는 헝가리 국립 필하모니의 본거지다. 약 130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오페라 하우스에는 이탈리아풍의 장려한 건물의 입구 왼쪽에 리스트의 조각상이 세워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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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다페스트 헝가리 국립오페라하우스에 있는 리스트 조각상.

  다음으로 리스트 박물관으로 가본다. 헝가리에서 태어난 리스트(Liszt Ferenc, 1811~1886)가 만년에 이곳에서 피아노 레슨을 하면서 여생을 보냈던 집으로, 실내에는 리스트가 애용하던 피아노와 악보 등이 전시되어 있다. 그런데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리스트의 표기는 '리스트'라는 성이 먼저 와 있으며, 이름도 독일식의 프란츠(Franz)가 아닌 헝가리식 페렌츠를 어느 곳에서나 자랑스럽게 즐겨 사용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리스트는 3남매를 슬하에 두고 있었는데 둘째딸 코쉬마(Cosima)가 유명한 리하르트 바그너(Richard Wagner, 1813~1883)와 결혼함으로서 바그너가 리스트의 사위가 되었음은 잘 알려진 얘기다.https://i2.wp.com/scontent.cdninstagram.com/hphotos-xpa1/t51.2885-15/s640x640/sh0.08/e35/12230934_1702746513278198_1166018966_n.jpg?OwGram.Com-Photo-Gallery

▲ 부다페스트 리스트 박물관. 리스트가 애용하던 피아노와 악보 등이 전시되어 있다.

  '우리 거리 43번지'(43 Uri Utca)에 가면 아우구스 안탈(Augusz Antal) 소유의 집이 있는데, 리스트가 자주 기거했던 곳이라 하여 피아노를 치고 있는 리스트와 그 옆에 둘러서 있는 안탈 가족의 모습과 헝가리어로 그 역사적 사실을 새겨놓은 하얀색의 명판이 입구에 조그맣게 붙어있다.

  여기서 잠깐 헝가리의 위대한 작곡가들을 살펴보면(이름을 헝가리식으로 표기함), 자랑스런 리스트 페렌츠 외에 헝가리 국가(國歌)를 작곡한 에르켈 페렌츠(Erkel Ferenc, 1810~1893)를 비롯하여, 민속음악의 체계적 연구의 기초를 만든 바르토크 벨라(Bartok Bela, 1881~1945)와 코다이 졸탄(Kodaly Zoltan, 1882~1967), 유명한 오페라 '즐거운 과부(The Merry Widow)' 및 왈츠곡 '금과 은'을 작곡한 레하르 페렌츠(Lehar Ferenc, 1870~1948) 등이 있다.

  그리고 미국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에서 1936년부터 44년 간 음악감독을 지낸 유진 오르먼디 (Eugene Ormandy, 1899~1985), 1946년부터 1970년까지 24년 간 미국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이었던 게오르게 셀(George Szell, 1897~1970), 1969년부터 22년간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이었던 게오르그 숄티 경(Sir Georg Solti, 1912~1997) 등이 모두 헝가리 출신의 명지휘자들이다.

  부다페스트는 1999년 영화 '글루미 선데이'의 촬영지로 알려져 있다. 원제는 'Ein Lied von Liebe und Tod' (A Song of Love and Death)인데, 그 테마음악으로 삽입되었던 레조 쉐레스 (Rezso Seress) 작곡의 'Gloomy Sunday'로 인해 자살자가 늘어나자 '헝가리 자살곡'(Hungarian Suicide Song)이라 하여 한때 금지곡이 되기도 한 유명한 곡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작곡가 쉐레스 스스로도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http://musicalics.com/sites/default/files/images/place/hu.1.10.jpg

▲ 43 Uri Utca)에 있는 아우구스 안탈 집.

  얘기가 난 김에 헝가리 부다페스트 출신인 불세출의 여배우 샤샤 가보르(Zsa Zsa Gabor, 1917~2016)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그녀는 100세가 되기 50일 전, 만 99세로 타계했다. 존 휴스턴 감독의 '물랑 루즈(Moulin Rouge·1952)'에도 출연했던 그녀는 호텔계의 거물 콘래드 힐턴(Conrad Hilton), 영국 배우 죠지 샌더스(George Sanders) 등 9명의 남자를 갈아치울 만큼 헝가리 여인의 마력과 매력을 한껏 뿜어낸 것으로 더 유명하다. 69세 되던 1986년에 아홉 번째로 결혼한 26살 연하의 남편 폰 안할트(Frederic Prinz von Anhalt, 76세)는 가보르 사망 후 유일한 상속자로 벨에어 맨션을 비롯한 전 재산을 상속받는 행운을 안았다.

  부다페스트에서 도나우강 북쪽으로 약 20km 거슬러 올라가면 센텐드레(Szentendre) 라는 중세 유럽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작은 도시가 있다. 17세기 말 세르비아인들이 정착하여 세웠다는데 수많은 그리스 정교의 유산과 미술관들이 즐비하다. 미로처럼 비좁은 골목길을 지나면서 옛 삶의 정취를 흠뻑 느낄 수 있는 시골풍경이 마음을 사로잡는 곳이기도 하다.

http://jorditravelling.com/wp-content/uploads/2014/06/Fo-Ter-Szentendre.jpg▲ 헝가리 부다페스트 근교 센텐드레(Szentendre) 마을 광장 전경 - 오른쪽 종탑은 Castle Church. 가운데 탑은 1691년 유럽을 휩쓸었던 페스트 병이 이 마을을 피해간 것을 기념하기 위해 1763년에 바로크 양식으로 세워졌다.

  부다페스트에도 한식당이 있음을 알고 늦은 점심 때 출장기간 중 처음으로 한식을 먹기 위해 유명하다는 '서울 하우스'에 들렀으나 오후 3~6시까지는 문을 닫기 때문에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날이 저물어 간다. 시간이 촉박하여 그 흔한 부다페스트 온천욕도 한번 못하고 저녁식사 장소인 '바다쉬파크(Badaspark)'로 총총 향했다. 땅거미가 내려앉을 무렵 비까지 내리는 네메트 거리(Nemet Utca)를 차로  지나가는데 거의 반나체의 여인들이 우산을 받쳐 들고 대로변을 왔다갔다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호기심에 앞서 처량하고 가엾어 보였다. 그로부터 약 10년 후 쯤인가 헝가리 정부가 자국 내 매춘부들에게 허가증을 발급하기로 결정했다는 기사를 본 기억이 있다. 포르노 관련 상품과 매춘 등 헝가리 내 섹스 산업은 연간 10억 달러 규모에 달하며 약 2만여 명의 여성이 매춘업에 종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보니 오히려 합법화가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던 모양이다.

  레스토랑에서 멀롯 와인을 곁들여 식사하는 동안 현악3중주단과 해머 덜시머(금속줄을 때려 소리내는 악기) 연주가들은 클래식과 헝가리 전통 음악 등으로 부다페스트에서의 마지막 만찬을 아쉬워 하는듯 우리 테이블의 분위기를 한껏 돋궈 주었다.

 

https://irs0.4sqi.net/img/general/width960/26000466__jWIrj3BKQhu3UfIXGWh5LxbjC_LgquyhAciHAazLEw.jpg▲ 헝가리 토속 보양 식당 '바다쉬파크(Vadaspark)'의 공연무대. 옥수수, 고추 등 곡물 다발을 우리의 옛 시골집처럼 주렁주렁 매달아 장식했다.

  어딜 가나 항상 라이브 음악이 있고, 리스트 페렌츠의  '헝가리언 랩소디(Hungarian Rhapsody, No.2 in C sharp minor)'의 서정성이 딱 어울리는 부다페스트는 진정 '다뉴브의 진주'임에 틀림없다.  헝가리어로 '안녕 하세요'를 '요오나폿 키바노크(Jo napot kivanok)'라고 한다. 20년만에 안녕을 전한다. '요오나폿 키바노크!'

(손 영 호  칼럼니스트·토론토  2019.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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